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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날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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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그리날다 칼럼슬기로운 미대생활2020-06-09779
<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11591685089692.jpg" style="width: 828px;"><br></p><p style="line-height: 1.6;"><b><span style="font-size: 24px;"><br></span></b></p><p style="line-height: 1.6;"><b><span style="font-size: 24px;">슬기로운 미대생활</span></b><br></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스승의 날이라고 올해 대학에 입학한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nbsp;</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입학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애매한 상황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겠다. 학번과 학생증이 나왔고, 학적에 올랐으니 서류상의 대학생인데, 개강 총회와 엠티와 캠퍼스 라이프의 실재 대학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고등학교 4학년… 우스갯소리로 20학번이 아니라 20.5학번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신입생들이 잦은 편이지만, 코로나19로 신입생으로서의 첫 학기가 증발한 이 20.5학번은 유난히 미대 1학년으로서 소속감도 부족하고 그에 따른 회의감도 클 수밖에 없겠다. 그렇게 이런저런 아쉬움과 푸념을 듣다가 나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나의 미대 생활은 어땠던가?&nbsp;</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21591685480344.jpg" style="width: 828px;"><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여러 사회 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있겠지만, 미대라는 전공과 관련하여 30년을 건넌 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온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미대생들에게 이미지 소재를 채집하는 경로를 바꿔놓았다. 우리 세대의 미대생들은 작품 제작에 필요한 소재 이미지를 직접 스케치 하거나 촬영을 통해, 혹은 그림과 사진자료가 쌓여 숨어있을 헌책방을 뒤지는 수고를 통해 마련하였다. 그나마도 촬영의 경우는 결과물을 이틀 뒤 사진관을 통해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환경에서 클릭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전 세계의 관련 이미지를 한눈에 열람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변화는 단순하게 양적 확장성의 수준을 넘어 질적으로 전혀 다른 세계로 이행했음을 의미한다. </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31591685667425.jpg" style="width: 828px;"><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온라인이 처음 일상화되기 시작하던 시절, 혹자는 그렇게 채취한 소재가 자신이 찾은 것이 아니므로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유니크한 작품 제작을 위해서는 고전적 방식의 직접 소재 채취가 적합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지식 자료와 이미지 유통이 온라인 검색으로 이뤄지는 일이 보편화되고 원시 소재를 채취하여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이와 그 소재를 활용하여 응용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이 사이의 분업화가 상식이 되었다. 현재의 미대생들은 더 이상 자신이 만들 작품의 소재와 재료를 찾기 위해 현장 취재에 일정과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nbsp;</span></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이렇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이미지 데이터와 참고 자료들은 이미지를 창작해내는 이들에게 더 이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도 하는 환경이다. 이런 풍요한 환경에서 현재의 미대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일까? 가치의 다양성과 다원화된 문화 환경에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미대 재학 중인 제자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span></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41591685685708.jpg" style="width: 828px;"><br></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곤란함은 철학과 방향성의 부재에 있다. 과거 우리 세대의 미대생들은 권위주의적 정치권력과 비민주적 질서에 저항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복무하거나 정반대로 절대적 아름다움의 미술 본래의 임무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라고 불리워진 둘 사이의 입장 차이는 너무 상반되어서 도무지 화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만큼 양측의 입장에 대한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지침도 강력하였다. 이제 막 시각 전문가로서의 입문에 들어선 미대생들은 그 강력한 둘 중 한 편을 선택하였고, 선택과 함께 이미 존재하던 제 입장의 담론과 철학을 수용하면 될 일이었다.&nbsp;</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61591685704118.jpg" style="width: 828px;"><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정치적 민주주의가 보편화되고 권위주의 권력의 몰락과 함께 사회는 각양 각층의 이해 요구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목소리들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제 절대적인 상대로서의 이분법적 가치는 힘을 잃고 다양한 소수적 가치들이 인정되는 사회로 진입하였다. 사회를 반영하는 문화현상 또한 그러한 다양성을 드러내게 되었는데, 당연하게도 미대생들은 양자택일의 선택이 아닌 다양한 담론에 대한 취사선택, 다시 말해 자신의 독자적인 담론과 가치를 정립해야 할 필요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현재의 미대생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그 다양한 가치와 입장들 사이에서 자신이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에 대해 간절함을 갖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과거와 같은 양자택일의 강제력이 없어진 시대에 다양한 입장과 기호를 지탱할 만한 각각의 깊이 있는 사유의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이제 입문 단계의 미대생이 스스로 자신의 기호와 방향성에 대해 확신에 찬 실천의지를 가질 수 있겠느냐는 문제이다.&nbsp;</span><br></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현재의 미대생들은 이미지의 풍요로움, 선택의 곤란함, 철학적 사유의 부족함이라는 모순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71591685714883.jpg" style="width: 828px;"><br></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다양성과 혼란의 시대, 오늘의 미대생들이 슬기롭게 자신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아주 원론적이고 고루한 해결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은 사유의 능력을 기르는 일, 독서에 있다. SNS와 웹상의 텍스트에 길들여진 짧은 읽기 호흡에 머무르지 말고 저자의 인식을 좇아 긴 읽기 호흡으로 가져가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사물과 현상에 대한 추상적 사유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넓은 독서를 통해 얻게 되는 추상화의 능력은 세계에 존재하는 물질과 자연현상,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세계를 통찰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통해 다양함과 혼란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 품고 있을 빛나는 원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nbsp;</span></p><p style="line-height: 1.6;"><br></p><p style="line-height: 1.6;"><img src="/uploads/0051591685551251.jpg" style="width: 828px;"><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p style="line-height: 1.6;"><span style="font-size: 14px;"><br></span></p>